[Global Report] 일본의 진화하는 공공디자인 정책 프리즘
한국옥외광고센터 기사입력 2015.12.07 02:38 조회 5080
글, 사진| 곽명희 간판 평론가. 사인환경디자인 연구소
 

일본에는 ‘셔터 거리’라는 말이 있다. 상점이나 사무소 등이 폐점, 폐쇄되면서 셔터를 내린 상태가 현저해진 ‘쇠퇴한 상점가나 마을’을 지칭하는 말이다. 도심중심가의 공동화 현상을 나타내는 키워드의 하나이기도 하다. 지방의 경우 1980년대 후반부터 이러한 현상이 현저해지면서 도시문제로도 대두하고 있다.

상점의 쇠퇴로 인해 상가의 셔터가 내려진 원인은 여러가지를 들 수 있겠으나 지역의 특성과 상황에 따라 각각 다르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개별적 상가의 쇠퇴를 넘어 지역의 이미지에도 크게 영향을 끼치고 있어 정부, 지자체 및 대학 등에서도 다양한 각도로 지원을 하고 있다.

일본 나고야의 조자마치(長者町)는 도쿄, 오사카를 이어 일본의 3대 섬유도시 중 하나로 수 백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시내중심지에 위치한 섬유거리이다. 시대의 변천과 함께 섬유 도매업이 쇠태 일로를 걷기 시작하면서 10여 년 전부터 지역의 특성을 살린 마을 만들기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도시 가운데 하나다.

점점 침체되어가는 지역을 살리기 위해 기존의 마을 유지들이 일어나 2001년부터는 매년 생업을 수호하고 복을 가져다준다는 일본의 민간신앙에서 유래한 에비스 축제를 시작했다. 이 날은 조자마치에 거대한 프리마켓이 형성되며 지역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평소와 달리 새로운 일면을 보여준다.













특히 주목할만한 것은 아트를 통한 지역 살리기
 

2010년 8월부터 도시와 아트를 연결하는 국제아트 페스티벌 아이치 트리엔날레 대회장이 되면서 거리에 다양한 아트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또한 이 대회를 계기로 ‘조자마치의 아트발전계획’이 형성되었다. 이 계획은 아트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트리엔날레의 서포터, 프론티어 등 조자마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중심이 되어 트리엔날레 종료 후에도 계속적으로 아트를 즐기고자 만들어진 일종의 시민단체다.

이들은 ‘아트를 단순히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아트와 접하는 방법을 모색해 나가는 것’을 구상하고, 조자마치를 무대로 한‘아트와 사람과 마을’이 만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기 위해 아트 프로젝트, 워크숍, 연구회 등을 기획,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은 홈페이지, 블로그, 페이스북 등 각종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세계로 알리는 노력도 아끼지 않고 있다.

조자마치의 경우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은 상가의 셔터를 중심으로 벽면에 그려진 그래픽들이다. 왜냐하면 셔터스페이스에 그려진 그래픽들이 그 지역의 특성을 잘 드러내지 못하고 있으며 상점의 개별적인 특성과도 동떨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셔터의 스페이스를 이용한 상점의 광고나 홍보를 더욱 예술적으로 표현했더라면 그 거리를 지나는 사람에게 새로운 볼거리와 흥미를 제공할 수 있는 좋은 공공디자인이 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점에서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10여 년 전 필자는 한일 디자인 심포지움에서 대구를 중심으로 한‘파출소 벽면그래픽에 대한 조사 연구’를 발표한 적이 있다. 조사 결과 파출소 벽면의 그래픽 내용은 국민의 치안과 생명을 지키는 경찰의 이미지와 동떨어진 놀이동산이나 어린이집 수준이라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스웨덴의 경우 경찰의 C.I. 작업을 통해 범죄율이 10%나 줄었다는 결과를 발표한 직후였다. 논문 발표 이후 점차적으로 파출소의 건물들이 새롭게 정비되는 가운데벽면에 그림을 그리는 경우는 현저히 줄었다. 뉴욕을 여행한 사람들이라면 소호나 첼시의 거대한 슈퍼그래픽을 기억할 것이다. 오래된 창고나 건물의 벽면 혹은 셔터에 그려진 그래픽들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거나 감동을 주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것은 무엇을 어떻게 그려야 하는가에 대해 충분히 고려한 결과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나고야의 조자마치의 경우에도 이러한 부분에서 아쉬운 점이 적지 않다.
 















소셜 디자인 코디네이터의 필요성 대두

한편 도쿄 긴자 거리의 경우는 디자인의 질과 긴자다움이 훼손되는 것을 우려해적극적으로 지역주민들이 참여한 사례다. 1988년에 이미 경관유도형 계획과 도시계획에 근거로한 ‘긴자룰’을 정해놓고 있었으나 2006년에는 도시계획에 의한 수치만으로는 ‘긴자다움’을 만들 수 없다는 인식에서 디자인의 질을 취급하는 ‘긴자 디자인룰’을 마련하고 옥상 공작물 높이도 10m 이내로 제한하는 등 개별 안건마다 협의하는 ‘디자인 협의제도’를 창설했다.

긴자 디자인 룰에는 구체적인 기준은 제시하지 않고 긴자다운 건물을 만들기 위한 힌트나 유의사항을 열거하는 것으로 구성되어있다. 중앙구의 요강을 근거로 협의 단체가 지정한 ‘긴자 디자인 협의회’가 긴자 디자인룰을 기본으로 협의해 ‘긴자다움’을 유도해가는 수법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긴자 룰의 정책 주체는 도시계획을 기본으로 한 중앙구지만 내용의검토에는 현지인이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그들의 의향이 강하게 반영되고 있다. 행정의 역할은 현지인의 의향을 법적인 룰로 담보하는 것 뿐만 아니라 현지 조직을 구의 정식협의주체로 인정하여 현지 체제의 디딤돌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 결과 오늘의 긴자거리는 세계에서도 유래를 찾기 어려울만큼 발전과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도시로 꼽힌다. 지금까지 일본의 마을 만들기 및 공공 디자인의 일반적인 방식은 선진국의 도시계획 수법을 받아들인 시가지 정비에 의한 근대적 도시 만들기였다. 따라서 고도 성장 시대까지 국가에 의한 중앙집권적인 토지이용 규제나 도시와 지역기반 정비라고 하는 제도에 강하게 지배되어 왔다.

국토 개발, 공업화를 위해서 자원이나 재원을 집중적으로 투입, 지역사회는 정부에 의한 개발 방침을 받아들이는 것에 지나지 않았고 전국적으로 획일적인 도시정비와 도시화가 진행되었다. 이러한 행정주도형·행정의존형 지역 만들기는 완전히 한계에 부딪혔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도시 디자인, 공공디자인의 새로운 정책 방향은 시민주체·주민 참가형 지역 만들기·마을 조성이 요구되고 글로벌적인 지속적 발전 개념을 필요로 한다.

또한 공공·공·사형사회 시스템으로의 전환이 요구되고 있으며 행정, 전문가, 주민 등 3자가 일체가 된 활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이러한 수법들을 총체적으로 코디네이션 할 수 있는 ‘소셜 디자인 코디네이터’의 필요까지 대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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