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Creative] 마음과 기술 사이에는 무엇이 있을까
광고계동향 기사입력 2016.08.03 03:41 조회 6668
심의섭 HS애드 Chief Copywriter

보통의 새것은 새 기술로 만들어진다. 새로운 스마트폰이 나오면 반응은 두 가지로 나뉜다. 새것은 좋지만, 새로운 기능은 적응하기 어렵다. 새것이라 좋다. 새로운기능이라 더 좋다. 당신은 둘 중에 어디에 속하는가? 누군가는 묻는다. “꼭 어디에속해야 하나요?” 새것이라 좋은 마음은 같다. 때로는 새 기술이 마음을 불편하게할 뿐이다.



 
Haier : 당신을 사랑한 스토커
 
중국의 초대형 가전회사 하이얼은 계속 발전한다. 거대한 중국의 인구와 위안화를 등에 업고 세계적인 가전회사의 반열에 올랐다. 당연히 세계에 광고를 내보낸다. “우리 제품은 이러저러하게 좋습니다”하고 커뮤니케이션하던 방식을 넘어선 지는오래. Research Center 광고는 한 스토커의 행적을 낱낱이 보여준다. 한 남자가 조깅을 하러 집을 나선다. 개집에 그의 행동을 면밀히 관찰하며 기록하는 의문의 연구원이 보인다. 조깅 후 집으로 돌아온 그를 연구원은 스토커처럼 쫓아다니며 열심히 기록한다. 냉장고 안 음식물 사이에 꽁꽁 언 연구원의 모습엔 웃음이 픽~ 흘러나온다. 왜 스토킹하지? 카피에 답이 보인다. “우리의 최고의 연구소는 바로 당신의 집입니다.” 아하, 첨단의 가전제품을 만들지만 소비자들은 웬만한 기술엔 꼼짝도 안 한다.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 “당신을 사랑하기에 당신을 연구하고 당신을위한 가전제품을 만듭니다. 어서어서 우리 가전제품을 사주세요. 우리는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할 뿐입니다.”




HP : 마음을 글에 담아

2016 리우올림픽이 열리는 브라질은 세계 기업들의 각축장이다. 신기술과 신제품의 발표가 이어지고, 새로운 광고와 새로운 캠페인이 계속 쏟아져 나온다. 이번 호글로벌 트렌드를 ‘올림픽’으로 풀어야 하나 잠시 고민했다. 지난 호가 ‘슈퍼볼’이었으니 스포츠 광고 트렌드가 되기에 접었지만.

브라질의 문맹률은 9%에 이른다. 1,300만 명이 글을 읽고 쓸 줄 모른다는 뜻이다. HP는 구글과 함께 아름다운 아이디어를 냈다. 구글 Speech API 기술과 HP 컴퓨터&프린터의 융합을. 그들은 브라질을 돌아다니며 글을 쓸 줄 모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즉석에서 입력하고 출력해 ‘Magic Word’라는 책을 냈다. 또, 도심의 부스에똑같은 컴퓨터와 프린터를 설치한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일하는 딸에게 편지를 보내고 싶은 나이 많은 어머니는 어색하게 이야기를 남긴다. 그녀의 목소리는 컴퓨터의 회로를 따라 흘러 흘러 프린터로 옮겨져 우편 엽서에 글로 새겨진다. 엽서는 가족들에게 전해져 뜨거운 눈물을 흘리게 한다. 세계인들은 가슴 뭉클하게 바라본다. 인간을 이긴 로봇이란 이미지를 잊는다.

인간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따뜻한 기술로 생각하며 좋아한다. 음성을 문자로 변환하는 첨단기술에 불과하지만, 애달픈 인간의 마음을 따뜻하게 안아주면서 ‘마음을 담은 좋은 기술’이 된다. 기술은 마음 없이는 살아남지 못한다. 그러나, 마음은기술 없이도 살아남는다. 인류가 계속되는 한.




Spanish National Lottery : 마음이 당첨되셨습니다

그는 매주 월요일 점심시간이면 로또 복권을 산다. 2,000원 두 줄. 당첨되려면 최소한 5, 6줄은 사야 한다. 그는 상관없다. 되면 좋고 아니어도 좋다. 토요일 추첨 시간까지 갖게 되는 기대와 즐거움으로 충분하다. 어디에서 2,000원으로 6일 동안 그런 마음을 누릴 수 있을까? 스페인의 국영 로또는 지난 크리스마스에 애니메이션 광고를 내보냈다. 마네킹을 제작하는 공장의 야간 경비원, 후스티노는 낮 근무공장 근로자들과 색다른 방식으로 소통하게 된다.

낮 근무 근로자들은 로또 복권을 공동으로 사고, 당첨이 된다. 평소에 후스티노에게 마음으로 도움을 받았던 그들은 공동 구매 명단에 후스티노의 이름도 같이 올린다. 공동 구매가 가능한 크리스마스 한정 로또 광고였다.

2016년 칸 국제광고제 사이버 부문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따뜻한 애니메이션이 필름이 아니라 사이버라니, 이상하다. 분명 특별한 사이버 기술이 없는 애니메이션이 확실하다. 차가운 사이버와 반대되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광고다. 후스티노는 인스타그램에 계정을 만들었다. 후스티노는 진짜 사람처럼 사진을 촬영해 업로드한다. 애니메이션 속 스토리를 인스타 피드로 소개한다. 마네킹 공장의 이름으로 된 페이스북 계정으로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한다. 오프라인의 애니메이션 광고와는 완전히 다른 방법으로 온라인, 그것도 SNS라는 디지털 플랫폼에서 완벽하게 마케팅을 펼쳤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이미 심사위원장이 했다. “후스티노는 마음을 따뜻하게, 아이디어와 기술 사이에 아주 새로운 접점을 찾아냈습니다.”




#optoutside : 마음은 콩밭에
 
여기 잘나가는 아웃도어 판매점이 존재한다. ‘REI’라는 이름이다. REI는 미국 최대의 쇼핑일인 블랙프라이데이에 황당한 캠페인을 펼쳤다. 쇼핑 대신 야외로 나가라는 말도 안 되는 캠페인이었다. 잠깐, 옆길로 새겠다. 세계 어디나 노는 날이나 즐거운 날에 꼭 일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 많다. REI에 근무하는 판매원도 마찬가지다.

대박 잘 팔리는 날이라 장사를 하고 있지만, 마음은 다른 사람들처럼 놀고 싶을 것이다. 몸은 매장에 있지만 마음은 콩밭에 있다. REI는 그 마음을 알았나 보다. 블랙프라이데이에 매장은 휴업했다. 미친 짓이다. 아웃도어 판매점답게 야외로 나갔다.REI의 슬로건은 ‘아웃도어가 삶을 더 좋게 만듭니다’, 슬로건 그대로 진실된 캠페인을 만들어냈다. 역시, 칸에서 상을 받았다. 상을 받을만한지는 모르겠다. 단, 한가지는 알겠다. REI의 제품이 얼마나 획기적인 첨단기술로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진실되게 자신의 슬로건을 행동으로 옮기는 브랜드라면 뭐라고 말을 해도 믿고 살 것이다.


토막 말 : 알파고와 마음

2016년 칸의 트렌드는 VR(증강현실)과 인공지능(AI)이다. 뉴욕타임스의 VR 앱은많은 심사위원들의 찬사와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당연히 그랑프리를 받았다. 이노베이션 부문에서는 우리가 익히 아는 AI님께서 그랑프리를 받으셨다. 바로 구글의 알파고! 알파고는 칸이 혁신에서 찾고 있는 모든 것을 담아냈다는 심사평과 함께 말이다. 궁금하다. 알파고에게 마음이 있을까? 어떤 마음으로 알파고를 만들었을까? 어차피 인류를 위한 AI인 것을. 인간은 모르겠다.



 

P&G : 마음의 기술

P&G의 리우올림픽 캠페인은 'Thank you Mom'의 세 번째 시리즈다. ‘가족’은 영원히 변치 않는 스테디셀러 키워드다. 특히, 엄마란 단어의 힘은 단연 1등이다. 또, 전 세계 어디서나 한 방에 통한다. 요 몇 년 사이 P&G의 올림픽 광고에는 출전 선수들을 헌신적으로 뒷바라지하는 엄마가 나온다. 광고도 만들고 올림픽이 열리는현지로 200명의 엄마를 초청해 슬픔과 환희의 순간을 함께하도록 돕는다. 이번엔‘STRONG’이다. 토네이도 한복판에서 딸을 지켜내는 엄마의 강인함은 체조경기장의 소음에 흔들리지 않는 딸의 강인함이 된다. 엄마의 강한 믿음이 담긴 한마디에아들은 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더 이상 흔들리지 않게 된다. P&G는 첨단기술이 있는지 없는지 잘 모르겠다. 생활용품들이 다 그렇다.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은기술이 있어야 한다. 첨단 수영복일 수도 있고, 첨단 신발일 수도 있다. 하지만, 마음이 흔들리면 무엇이 될까? 발을 내딛지 못하면 첨단 신발은 천 쪼가리에 불과하다. 결국, 기술은 마음이 좌우한다. 우리가 만나는 새로운 기술들. 우리 마음이 친해질지 말지 결정하는 것이다.


알파고 ·  리우 올림픽 ·  블랙프라이데이 ·  REI ·  애니메이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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