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 MANUAL] 예민하고 유연하게 : 방세종 CD
INNOCEAN Worldwide 기사입력 2016.08.08 12:00 조회 6210



참 웃긴 게 만나는 사람마다 밥 한번 먹자, 술 한잔하자고 한다. 지난 호 권성철 CD가
방세종 CD를 지목하며 남긴 한마디도 그렇다. '자체가 궁금한 사람'이라고. 더럽게 예민하면서
유연함을 잃지 않으려는 치명적 매력의 주인공을 지면으로나마 만나본다.
예상하건대 그와 밥 한번 먹는 건 앞으로도 힘든 일이 될 거니까.

TEXT. Life is Orange 편집팀 PHOTOGRAPH. Sudio 1839




 

CD가 된 지 어언 6년이 되어간다.
짱짱한 포트폴리오는 만족할 만큼 만들어내지 못했지만
이거 하나는 확실히 만들어가고 있는 것 같다.

유연함.

나는 본디
자존심이 세고 고집은 강하며 세계관이 확실한 아트였다.
그러나 CD가 된 이후엔
그 모든 걸 서서히 변화시켜야 했다.
하지만 그것이
자존심을 버리고 고집을 희석하고 세계관을 잃는다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내가 가진 자존심에 고집에 세계관에
내가 가진, 나를 이루는 모든 것에

바로 그
유연함을 배합하는 것.
'나'라는 본성을
근성 있게 오래도록 지켜나가기 위해
편협하지 않으려
일방적이지 않으려
경솔하지 않으려
치열하게 노력하는 중이다.

또한 그 유연함은
크리에이티브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
어려운 걸 덜 어렵게
낯선 것을 익숙하게
익숙한 것을 특별하게
얼마든 무엇으로든 재탄생시킬 수 있는
지혜로운 마법가루 같은 것.

인생이란
광고란
결과가 전부라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나에겐
과정이 전부인 듯하다.
하루하루가 전부고
하나하나가 전부다.


길고도
험난하지만
빛나는 여정을 위해

나의 유연성 연마는 계속될 것이다.



10X10
방세종 CD를 상징하는 물건들을 소개한다.
그가 직접 고르고 설명하는 열 개의 물건, 열 가지 이야기.




# 태블릿
마우스질을 15년 이상 했더니 언제부터인가 손목이 반항을 한다.
그래도 내 손목이니까... 아껴준다는 마음으로 쓰기 시작했다.
가볍고 정화가고 나처럼 더럽게 예민하다.

# 만년필
고가의 만년필은 떨어져 망가질까봐 조마조마하다.
의미 있는 만년필은 잊어버릴까봐 안 갖고 다닌다.
이놈은 다르다. 바닥에 떨어져도 놀라지 않고 잊어버려도 몇 개 더 있다.

# 노트
남자가 가정이 생기면 마음대로 사거나 바꿀 수 있는 게 몇 가지 없다.
하지만 이것은 모을 수도 있다. 전혀 구박받지 않고...

# 안경
어린 시절 처진 눈에 콤플렉스가 있어서 선글라스를 쓰고 다녔었다.
단점은 상대방이 불안해한다는 것. 일단 내 눈은 보여준다.
크고 굵은 테로 처진 눈을 가리려 애써본다.

# 손 세정제
물티슈가 없을 때, 물티슈로 만족 못할 때 애용한다.
단점은 막 사용했을 때 다가오거나 지나가는 사람들은 이렇게 반응한다.
"어디서 소주 냄새 나지 않아?"

 



# 가방
출장 갈 때도, 여행 갈 때도 이 가방 하나면 끝.
뭘 많이 가지고 다니면 그만큼 신경 쓰이니까.

# 유산균
유산균의 위력은 위대하다. 매우 불규칙하고 질서 없던 배변활동이
나처럼 짧고 굵게 정리된다.

# 세균세정제

물티슈도 손 세정제로도 안 되는 것들에 사용하는 최후의 수단이다.
휴대폰, 안경, 차 키, 전자담배, 필기구 등 물로 세척하기 어려운 것들을
이놈으로 버무려 살균해준다.

# 물티슈
물티슈가 존재하지 않던 시절 외모와 달리 더럽게 깔끔하던 시절
난 크리넥스 티슈 여러 장을 물에 적셔 비닐 팩에 넣고 다니며 사용했었다.
그러고 몇 년 후 마트에 파는 물티슈를 보고 외쳤다.
제기랄!!!

# 외장하드
저 안에 열정 600GB가, 즐거움 400GB가, 추억 200GB가, 쾌락 900GB가 소장되고 있다.



ABOUT 방세종 CD +
1999년 웰콤에 아트디렉터로 광고계 입문.
웰콤의 전성기와 TBWA의 전성기를 10년 남짓 누리다
2010년 LBEST에서 CD가 됐다.
2015년 1월 이노션에 입사.
좋은 경험은 우직하게 만들고
좋지 않은 경험은 갈망하게 만든다는 신념으로
오늘도 회의실에서 늙어가고 있다.

 



Q&A
방세종 CD의 팀원들이 그간 궁금했던 것들을 가감 없이 물었다.
물론 무기명으로.


Q. 다시 태어난다면 되고 싶은 것은 뭔가요?
A. 다른 생명체이든, 다른 직업이든, 별. 요란하고 시끌벅적한 세상, 그저 멀리서 조용히 내려다 보고 싶다.
Q. 따님이 장래에 광고를 하겠다고 한다면?
A. 아빠가 대단한 브랜드르 만들면 그 때 하자...
Q. CD님 생애 최고의 여행지가 있다면요?
A. 남해. 남해는 깊고 남해느 포근하고 남해는 하염없다. 엄마 같다. 남해는.
Q. 이렇게 살아야겠다.
A. 진심을 다해 살아야겠다. 가식으로 살기엔 나이도 들었고 자식도 있다. 이렇게는 살지 말아야겠다. 대충 살지는 말아야겠다. 슬렁슬렁 살기엔 나이가 있고 꿈이 몇 있다.

 






 


Q. 그 꿈 중의 하나는 무엇인가요?
A. 내 집을 지어보는 것. 내 꿈에 가장 가깝게. 내 가족의 꿈에 가장 가깝게.
Q. 힘들 때 찾아가는 본인만의 아지트. 힐링플레이스가 있으신가요?
A. 우리 집 소파.
Q. CD님에서 방세종CD팀이란?
A. 가족 같은 가족. 같이 배고프고 같이 배부르고, 같이 고생하고 같이 보상받고, 같이 정체하기도 하면서 같이 성장해가는.
Q. 모든 히스토리를 섭렵하실 정도로 마블 코믹스에 관해 빠삭하시던데, 캐릭터 중에 CD님이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누군지요? 그 이유는요?
캡틴 아메리카. 그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신념이 매력적이다. 사실... 그런 사람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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