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 Culture] 감성의 갑옷을 입고 기술의 창을 들어라
CHEIL WORLDWIDE 기사입력 2017.03.28 03:35 조회 5342

엄지와 검지 사이에 돌도끼가 쥐어진 순간부터 ‘도구의 역사’는 조금씩 진화했다. 이후 오랜 시간 붓과 칼을 대신할 도구를 찾지 못했던 인류는 마침내 스마트폰을 창조했다. 빅뱅이었다. 손바닥만 한 ‘사각형’ 안에 광활한 세계가 들어온 것이다. 이제 인류의 고민은 ‘포스트 스마트폰’으로 이어지고 있다. 아무리 스마트하다 해도 폰은 쥐고자 하는 의지가 작동했을 때만 내 것이 된다. 택시 안에 놓고 내리는 순간 나의 모든 것이었던 ‘사각의 세계’는 나와 분리된다. 해서 인류는 새로운 플랫폼으로 웨어러블 디바이스(Wearable device)에 주목했다.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진화

1960년대 ‘컴퓨터를 착용한다’는 개념과 구상이 시작된 이래 스마트폰의 후계자로 총애를 받아온 웨어러블은 그간 상당한 수준의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비록 2002년 미국의 자이버넛(Xybernaut)이 세계 최초로 선보인 원시적 웨어러블 컴퓨터 ‘Poma’와 시계업체 파슬(Fossil)이 내놓은 스마트 워치 ‘PDA wrist’가 상용화에 실패했지만, 스마트 워치와 안경 분야에서는 상당한 진척을 보였다.

여기서 드는 궁금증 하나. 왜 하필 시계와 안경이었을까? SF영화에서 보듯 몸에 칩을 장착하지 않는 한, 현실적으로 착용 가능한 방법이 이 두 가지였기 때문이다. 옷을 컴퓨터로 만들기는 기술적으로 어려웠으니까. 그런데 그런 고정관념이 점차 깨지고 있다.

일단 패션의 주요 아이템 중 하나인 신발이 스마트의 대상이 된 것이다. 활동량 측정은 물론 조만간 체성분과 땀 같은 분비물을 분석해 건강을 체크해주는 단계까지 발전할 것이 확실하다. 신체 정보를 스마트폰으로 전송해주는 모자와 전화나 문자 알림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반지에 이르기까지, 패션 액세서리도 웨어러블 기기로 소환되고 있다. 물론 뉴욕 패션쇼에서 선보인 ‘아드레날린 드레스’와 ‘에어로 스포츠 브라’처럼 신체 상태를 체크할 수 있는 스마트 의류도 상당 수준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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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과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접목

아예 패션업체들이 웨어러블 기기 시장에 뛰어들고 있기도 하다. IT가 패션으로 진출하는 것이 아니라 패션이 직접 IT로 진출하고 있는 것이다. 한 예로 패션 브랜드 랄프 로렌(Ralph Lauren)은 미국 뉴욕에서 열린 US오픈 테니스대회 기간 중 고성능 스마트 압축셔츠인 ‘폴로 테크(Polo Tech)’를 선보였다. 폴로 테크는 기존 IT 제조사들이 만든 웨어러블 기기와 비슷한 기능을 보유하고 있다. 기능성 셔츠면서 심박동수와 호흡량, 스트레스 수치와 칼로리 소모량 등을 비롯해 다양한 생체인식 기능을 탑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집된 인체 정보는 ‘블랙박스’라고 이름 붙은 클라우드 시스템에 저장할 수 있으며, 이를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로 실시간 확인이 가능하다.

한편 패션 브랜드 토리 버치(Tory Burch)도 헬스케어 전문 웨어러블 업체인 핏빗(Fitbit)과 제휴해 도전장을 내밀었다. 양사가 결합해 만든 플렉스(Flex)는 팔찌와 펜던트, 목걸이 등 장신구에 적용될 예정이다. 이 외에도 인텔과 바니스의 합작에 이어 HP와 유명 디자이너 마이클 베스티안도 각각 스마트 팔찌와 스마트워치를 속속 개발하고 있다. 이렇듯 다양한 분야에서의 웨어러블 기기의 발전은 지속되고 있다.


HP와 마이클 베스티안이 컬래버레이션한 ‘MB Chronowing smartwatch’ ⓒHP Studios


이제는 ‘기능’을 넘어 ‘감성’으로

그런데 문제는 현재의 기술력으로 생산된 웨어러블 기기의 성장세가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이마케터(eMarketer)가 2016년 말에 발표한 보고서에는 애플워치나 핏빗 등이 선보인 웨어러블 기기가 전년 대비 60% 이상의 성장을 예상했다가 25%까지 추정치를 낮췄다고 언급돼 있다. 특히 가장 많은 개발이 이뤄진 스마트 워치는 “고객을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고 주장한다.

스마트 워치가 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피트니스 추적기가 웨어러블 시장을 지배하고 있었다. 건강 추적 관련 기능은 스마트 워치를 포함한 거의 모든 웨어러블 기기의 중요한 판매 포인트 중 하나다. 물론 스마트 워치는 이전에 나왔던 피트니스 추적기보다 더 뛰어난 기능이 있고, 여기에 가치가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피트니스 추적기보다 비싼 스마트 워치를 구입할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이 보고서에서 또 주목한 점은 18∼34세 중 30%가 2017년 스마트 워치를 착용할 수 있는 사람이며, 이는 전체 인구 중 17.6%라는 수치다. 즉 웨어러블의 주고객층은 젊은 나이 대, 혹은 얼리어댑터이다. 성별로 따지면 남성에 치우쳐 있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이런 수치는 바꿔 말해 웨어러블이 그간 기술과 기능만 부각해 젊은이와 얼리어댑터에게만 어필했다는 얘기는 아닐까? 그래서 보다 많은 수의 대중에게 환영받거나 설득하는 데 실패한 것은 아닐까? 바로 이 대목에서 특정 계층이 아닌 대중을 향한 보다 보편적인 ‘감성 자극’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기능’뿐 아니라 감성에 어필하는 ‘능력’ 또한 지녀야 한다는 말이다.


테크놀로지, 인간을 위해 고민하고 배려하다

여기서 말하는 감성이란 단지 시각적 디자인만 의미하는 게 아니다. 보다 근원적인 인간의 감정, 즉 인간에 대한 배려 등을 포함하는 광의의 개념이다. 그렇다면 잠시 추진력을 잃은 것으로 보이는 웨어러블 기기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새로운 동력으로서 ‘감성’이 어떻게 기능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17 미디어 컨퍼런스’에서 국내의 한 자동차회사는 인간의 따뜻한 감성에 기초한 로봇 기술로 만든 웨어러블 기기를 선보였다. 하반신 마비 환자의 보행을 돕는 의료용 웨어러블 기기(H-MEX), 산업현장에서 근로자들의 허리 부상을 방지하고 근력을 보조할 산업용 웨어러블 기기(H-WEX), 노약자의 보행 근력을 도울 생활용 웨어러블 기기(HUMA)를 선보인 것이다. 장애인과 노약자 혹은 부상의 위험에 노출된 근로자에 대한 배려를 드러낸 기기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전 세계 인구 중 무려 2억 8500만 명(WHO 기준)에 이르는 시각장애인에게 ‘제3의 눈’을 제공할 수 있는 ‘호루스(Horus)’는 헤드셋에 탑재된 2개 카메라가 주위 환경을 살펴본 뒤, 이에 대한 정보를 GPU로 보내고 실시간으로 해당 정보에 대한 분석이 끝나면, 이러한 시각정보가 음성메시지로 바뀌어 시각장애인에게 전달되는 제품이다. 앞에 장애물이 있는지, 어떤 그림이나 장면이 보이는지는 물론 사물과 사람을 분간해내며, 글자도 읽을 수 있다. 또한 시각장애인을 위한 세계 최초의 점자 스마트 워치인 ‘닷(dot) 워치’는 24개의 돌기로 모든 문자와 숫자를 점자로 표현함은 물론 블루투스로 스마트폰과 연동해 문자 메시지나 전화의 알림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



최근엔 인간의 감정을 기록할 수 있다는 취지를 강조하는 웨어러블도 등장했다. 젠타(ZENTA)는 생체 인식 센서를 내장, 착용한 사람의 감정까지 기록한다는 콘셉트를 내걸고 있다. 단순한 피트니스 추적기를 뛰어넘어 스트레스를 느끼는 시간이나 행복을 느끼는 시간 등을 알 수 있다는 것.


마케팅의 또 다른 가능성을 향해

우리는 명품을 고를 때 품질이나 가성비 등을 따지지 않는다. 브랜드 가치가 기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용자 경험을 비롯한 감성적 요인을 이해하고 반영하지 않고서는 소비자를 설득하는 데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올해 스마트 워치 시장을 둘러싼 제조사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2월 말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7’에서 화웨이와 소니 등이 신제품을 선보이며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섰다. 지난해 출시된 삼성전자 기어S3를 향한 추격이 시작된 것이다.

웨어러블 기기는 스마트폰과는 또 다른 마케팅 접점을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소비자의 활동량과 동선 혹은 시간대에 맞춘 광고를 할 수도 있다. 또 소비자가 디바이스에 접속하거나 집중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얼마든지 광고가 가능하다. 즉 광고 시간과 접점이 늘어난 상태에서 맞춤형 광고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웨어러블 시대의 장점이라는 얘기다. 여기에 소비자가 길을 걸을 때 가까운 점포에서 실시간으로 쿠폰을 발송하는 O2O(online to online) 서비스도 가능할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 웨어러블 기술을 마케팅에 본격적으로 접목한 사례는 흔치 않다. 그만큼 여백이 많고, 상상력을 발휘할 공간이 넓다는 뜻이기도 하다.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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