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이 스몰 브랜드에 열광하는 이유
CHEIL WORLDWIDE 기사입력 2023.07.27 05:13 조회 1173
 이승희_브랜드 마케터

최근 ‘좋아하는 브랜드가 뭐예요?’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다른 사람이 좋아하는 브랜드를 보면 그 사람의 가치관, 삶의 방향성, 아이덴티티 등을 어렴풋이 알 수 있기 때문. 나는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여전히 좋아하는 브랜드로 ‘나이키’, ‘무인양품’을 언급하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마더그라운드’, ‘희녹’, ‘에디션 덴마크’ 같은 잘하는 스몰 브랜드를 많이 언급한다.

최근 몇 년 동안의 트렌드를 봐도,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선호하는 대중적인 브랜드보다 작지만 의미 있는 스몰 브랜드를 많이 소비하는 경향을 보인다. 내가 선택하는 브랜드가 곧 ‘나’라는 인식 덕분에 스몰 브랜드의 역할이 더 중요해진 것. 그렇다면, 요즘 사람들이 열광하는 스몰 브랜드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사람 냄새나는 그들만의 ‘오리지널리티’가 있다

스몰 브랜드는 유행을 따라가며 만들어지기보다, 창업자의 개인적인 취향과 고민에서 출발해 형성된 경우가 많다. 따라서 “브랜드=창업자”라고 할 수 있으며, 창업자의 독창성과 개성이 크게 반영된다. 예를 들어, 오롤리데이라는 브랜드는 못나니즈라는 캐릭터를 가지고 있음에도, 박신후 대표의 존재가 브랜드에서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박신후 대표의 아이덴티티가 크게 반영된 ‘오롤리데이’ (출처: 오롤리데이 유튜브)


박신후 대표는 크리에이터이자 대표인만큼, 사업을 전개하며 마주한 어려움들을 솔직하게 SNS로 공유하며 사람들과 함께 브랜드를 만들어 나간다. 이렇게 에너지 넘치는 대표의 아이덴티티가 ‘오롤리데이’라는 브랜드에 충분히 담기고 있는 것. 대표의 개성과 열정이 브랜드에 전달되며, 이는 사람들과의 소통과 공감을 불러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SNS로 활발하게 고객들과 소통하는 ‘녹기 전에’ (출처: 녹기 전에 인스타그램)


마포구 염리동에 위치한 아이스크림 가게 ‘녹기 전에’ 역시 박정수 대표가 ‘녹싸’라는 닉네임으로 적극적인 SNS 활동을 한다. ‘녹기 전에’는 매일 새로운 아이스크림 메뉴를 개발하고, 방문한 고객들의 인증글과 방명록을 SNS에 공유하며 이야기를 나눈다. ‘녹기 전에’가 사람들에게 환호받는 이유는 우선 창업자가 전하는 이야기가 재미있기 때문이다. 또한 본인만의 생각이 분명하다. ‘플랫폼 위에 종속되지 않겠다’는 신념으로 배달 업체를 매번 바꿔가며 배달 공지를 한다거나, 다 같이 잘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나무를 심으러 가고, 콘돔 회사와 콜라보레이션을 하는 등 어쩌면 아이스크림과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활동들을 한다.

회사의 규모가 커질수록 브랜드는 감정이 싹 빠진 무형적인 존재로 변해가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스몰 브랜드의 큰 장점 중 하나는 사람 냄새 나는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브랜드만의 ‘오리지널리티’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창업자의 생각, 개성, 재능 등에 매력을 느끼고 반응한다. 그리고 그 생각에 공감하며 브랜드를 사랑하게 된다. ‘대화가 통한다’고 느끼면 상대방을 좋아하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요즘엔 제품을 알리는 것보다 창업자의 생각과 가치관이 담긴 메시지를 잘 전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사회에 주는 임팩트를 신경 쓴다

최근 환경, 기후, 비건 문제에 대한 인식으로 시작되는 스몰 브랜드도 많아졌다. 많은 사람이 지구의 환경을 우려하고, 지속 가능한 제품을 찾기 때문이다. ‘희녹’ 역시 박소희 대표가 아이를 낳은 뒤 아이가 거주할 지구와 더불어 잘 살 수 있는 세상을 위해 만든 스몰 브랜드다. 희녹은 환경을 생각하며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제품을 만든다. 희녹의 대표 제품인 탈취제는 제주의 편백나무 가지치기 작업으로 자연적으로 땅에 버려지는 잎과 줄기를 유일한 원료로 사용하며, 화학 처리 없이 수증기 증류법을 통해 편백 원액을 추출한다. 이렇게 환경을 지키는 방법 외에도 지속 가능한 운영을 위해 과한 마케팅과 홍보를 하지 않는다. 속도보다는 오래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


환경을 생각하는 방식으로 만드는 ‘희녹’의 스페이스 스프레이 (출처: 희녹 홈페이지)


비장애인과 발달장애인이 함께 지속 가능한 일상을 제안하는 브랜드 ‘동구밭’은 환경을 생각하는 고체 샴푸 및 세제를 주력으로 한다. 최근에는 2022년 산불 피해 나무로 만든 인센스 홀더를 만들어 판매하기도 했다. 이미 타버린 나무는 쓸 수 없이 버려지곤 하는데, 그 나무들을 리사이클링해 인센스 홀더로 만든 것이다. 판매하며 사람과 동식물 모두에 큰 피해를 주는 산불을 잊지 말자는 메시지까지 함께 전했다.


산불 피해목을 업사이클링한 ‘동구밭’의 인센스 홀더 (출처: 동구밭 홈페이지)


사회적 임팩트를 생각하며 브랜딩 활동을 하는 스몰 브랜드는 사람들이 환경과 사회적 가치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물건 하나를 사더라도, 사회에 좋은 영향을 줬으면 하는 생각을 한다. 사람들이 소비하고 싶은 가치에 맞게 사회적인 임팩트를 세심하게 신경 쓰는 스몰 브랜드의 인기는 더욱 커질 것이다.

이런 이유로 요즘 많은 기업이 스몰 브랜드와의 협업을 원한다. 사람 냄새나는 그들만의 오리지널리티와 사회에 좋은 영향을 주는 것, 스몰 브랜드가 갖고 있는 고유성과 사회적 가치를 함께 가져오고 싶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스몰 브랜드의 인기는 계속될 것이다. 대중보다는 ‘내가 가고 싶은 길’, 속도와 규모보다는 ‘지속성’이라는 가치를 잘 지켜낸다면 말이다.


이승희

14년 차 브랜드 마케터. 병원, 스타트업, 대기업 등 다양한 곳에서 마케팅을 했다. 때에 따라 다른 이름으로 나를 소개한다. 일로 표현할 땐 ‘마케터’로, 행동으로 말하고 싶을 땐 ‘기록하는 사람’으로, 자유롭게 표현하고 싶을 땐 ‘인스타그래머, 블로거, 유튜버’로 소개한다. 저서로는 <기록의 쓸모>, <별게 다 영감>, <일놀놀일>, <브랜드 마케터들의 이야기>가 있다.
 
녹기전에 ·  동구밭 ·  스몰브랜드 ·  오롤리데이 ·  오리지널리티 ·  제일기획 ·  지속성 · 
이 기사에 대한 의견 ( 총 0개 )
2023년 광고 시장 결산 및 2024년 전망
2023년 연초 광고 시장에 드리웠던 불안한 예감은 현실이 됐다. 지난 2021년 20.4%라는 큰 성장 이후 2022년 5.4% 재 성장하며 숨 고르기로 다시 한번 도약을 준비하던 광고 시장이었다. 하지만 발표된 다수의 전망들은 2023년 광고 시장의 축소를 내다보고 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에 따르면 2023년 광고비는 전년 대비 3.1%p 하락으로 전망됐고, 이중 방송 광고비는 17.7% 감소가 예상됐다.
[월간 2024밈] 9월 편 - 안녕하시소~ 09월 밈집 왔어예?
  HSAD는 유명한 광고회사임? 안녕하시소~ 사투리 강좌?‍? 무도미나티  비즈발? 나만의 블랙스완 당신을 보고 첫눈에 반했습니다.   HSAD는 유명한 광고회사임?    유튜버 침착맨의 '아무거나 광고해드립니다' 영상에서 나온 말이 화제예요. '저커버그는 진짜 유명한 렙틸리언임'이라는 말인데요. 현재는 'OOO은 진짜 유명한 ㅁㅁㅁ임'으로, OOO
[월간 2024밈] 8월 편 - 두바이 초콜릿 살 수 있으면 조켄네...
    밈집 많이 봐주면 조켄네...  하늘에서 보고 있지??  둥근해 또 떴네...?  두바이 초콜릿?  헤어지자고? 너 누군데?? 미니백 보부상??  인간실격? 인간합격!? 밈집 많이 봐주면 조켄네...   그룹 NCT WISH(엔시티 위시)의 멤버 유우시의 말투가 아이돌 팬덤 사이에서 화제예요. 일본인 멤버 유우시가 방송에서 '자기 파트
현대자동차가 영화를 찍었다고? 현대자동차 ‘밤낚시’ 프로젝트
  글 김세진 매니저|이노션 2024년 6월, 13분이라는 영화관에서 돈을 내고 보기엔 너무 짧아 보이는 영화CGV에서 단독 개봉하며 주목받았습니다. 이 도전적인 영화, <밤낚시>는 현대자동차와 이노션이 공동 기획/제공 하고 문병곤 감독이 연출, 손석구 배우가 주연한 영화입니다. 모빌리티 솔루션 프로바이더인 현대자동차와 광고대행사인 이노션이 왜 영화를 만들게 됐고, 이 짧은 영화를 왜 극장에서 상영하며&n
반전으로 가는 반대의 길
  1911년 8월 21일, 가로 77cm 세로 53cm의 여성이 홀연히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그녀가 사라진 걸 알아채지 못했죠. 쉬는 날이어서인지 목격자도 단 한 명에 불과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다음 날 아침이 되고 나서야, 그녀가 사라진 걸 알게 됐죠. 하지만 오리무중이었습니다.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사라졌는지조차 알아내기 힘들었죠. 20세기 초의 세상은 채취된 지문을 감식하는 것조차 힘들 때였습니다. 그러자 세상은 그녀의
크노르
neyouel10
자엘리
neyouel10
Redoxon
neyouel10
GSK코레가
neyouel10
비보
neyouel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