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여러 번 꽃피우는 사람들, 액티브 시니어
CHEIL WORLDWIDE 기사입력 2024.10.22 09:21 조회 78
권정윤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

눈에 좋은 건강기능식품과 선글라스. 두 상품 중에 어느 쪽이 50대 소비자와 어울리는가? 지난 6월 ‘트렌드 콘서트 2024’에서 GS리테일 강남일 상무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지난 1년간 GS SHOP에서 루테인 지아잔틴 상품과 서포트 라이트 선글라스의 구매 건수를 비교해 보니, 50대 구매 고객 수가 더 많은 쪽은 선글라스였다. 지금의 50대는 노안에 좋은 건기식을 챙겨먹는 것도 중요시하지만 선글라스를 끼고 바깥활동을 하는 것을 더 중시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패션 및 라이프스타일 팁을 공유하는 70대 패션 유튜버 밀라논나 (출처 : 밀라논나 유튜브)


다년생 식물처럼, 모든 세대가 황금기

과거에는 중년 이후에 찾아오는 시기를 획일적으로 바라봤다. 사회 활동에서 물러나 은퇴를 준비하고, 가정에서는 자녀를 독립시키고 소비를 줄이며, 개인적으로는 체력이 감소하며 예전같지 않을 것이라 간주했다. 마우로 기옌 교수는 그의 저서 <멀티 제너레이션>에서 앞으로 인류의 삶은 ‘퍼레니얼(perennial)’적 라이프스타일이 대두할 것이라 말한다.

퍼레니얼은 다년생 식물을 뜻하는 말로 ‘청년기는 여름, 중년기는 가을, 노년기는 겨울’에 빗대듯 인생이 한 번 피었다가 저물어 가는 것이 아니라 삶의 어느 때든 꽃이 피어날 수 있음을 의미한다. 50~60대에도 사회·문화·경제적으로 청년 못지 않은 활동을 보이는 ‘액티브 시니어’가 바로 이러한 퍼레니얼에 해당할 것이다.

액티브 시니어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모바일 활용에 적극적이라는 점이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의 분석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 기준으로 쿠팡 앱에서 쇼핑하는 이용자를 연령대별로 나누면 ‘50세 이상’에 속하는 사람이 26.9%에 달했다. 젊은층의 SNS로 유명한 틱톡 앱을 사용하는 사람의 20.1% 역시 50세 이상으로 나타났다. 모바일 화면 위에서 연령은 더이상 이전만큼 장벽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출처 : 셔터스톡)


구매력 높은 시니어가 시장을 바꾼다

액티브 시니어의 두 번째 특징은 다른 집단에 비해 금전적·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시장에서 이들에게 주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중장년 팬덤으로 잘 알려진 가수 임영웅의 팬클럽 ‘영웅시대’가 만들어낸 경제적 효과만 보아도 그렇다. 임영웅의 족적을 따라 여행하는 일명 ‘웅지순례’의 코스에 포함되었다 하면 해당 지역 매출이 들썩인다. 전남 강진군 마량면 일대는 2021년 노래에 지명이 등장한 뒤로 매출이 30% 급증했다고 한다. 지난 8월 말 개봉한 임영웅 공연 영화 ‘아임 히어로 더 스타디움’은 개봉 첫날에만 관객이 4만 9천명, 매출은 14억에 달했다.

이러한 액티브 시니어의 특징을 합하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외국에서는 여행업계의 마이크로 트렌드로 ‘세대 건너뛰기(skip-gen)’ 여행이 등장했다. 일하느라 바쁜 부모는 빼놓고 조부모와 10대 손주가 함께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현재 조부모 세대가 돈과 시간이 있는 것은 물론, 체력과 정보력에서도 부족하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출처 : 셔터스톡)


청년과 중년, 소비의 경계가 사라지다

액티브 시니어가 이전 시니어 집단과 다른 가장 큰 차이는 ‘나’를 위해 산다는 점이다. 흔히 ‘ME Generation’이라 불리는 2030세대의 ‘자기애’와는 결이 다르지만, 액티브 시니어는 대체로 가족부양의 짐을 덜고 인생의 우선순위가 처음으로 나 자신이 된 시기에 있다. 이것을 보여주는 것이 명절 풍경이다. 최근엔 추석 당일에도 음식점들이 문을 연다. ‘어머니들’도 밥을 하기 싫어하기 때문에 집 밖에서 사먹는 수요가 많아졌다. 동일한 맥락에서 간편식뿐만 아니라 배달·포장, 집 근처 음식점을 일상적으로 애용하는 액티브 시니어가 많다. 자녀들이 독립하고 난 후 식구가 줄어든 만큼 식사준비로부터 자유롭고자 한다.

결국 액티브 시니어의 등장은 시장에서 주류(mainstream)로 바라보는 소비집단, 즉 청년층과 비주류였던 중장년층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는 의미이다. <트렌드 코리아 2025>에서는 연령에 따른 집단 구분보다 개인의 라이프스타일 차이가 더욱 중요해지는 소비자들을 ‘옴니보어’로 명명했다. 실제로 일본의 하쿠호도 생활종합연구소는 20년 이상 축적된 데이터를 분석하여 연령간 격차가 줄어드는 ‘소령화’ 현상을 보고했다. 20~69세 일본인을 대상으로 생활 전반에 걸쳐 기호·취향·가치에 대해 동일한 문항을 조사해왔는데 연령대별 응답의 차이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욕망과 현실의 괴리를 줄여줘라

그렇다면 액티브 시니어를 고객으로 하는 브랜드, 기업은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소비의 본질은 욕망(욕구)와 현실의 괴리를 줄여주는 것에 있다. 연령에 따른 욕구의 차이가 줄어든다는 것은 기존의 비즈니스가 잠재 시장을 넓힐 수 있다는 의미이다. 학습이 더이상 청소년기에 국한된 욕구가 아니라면, 시니어도 학습에 적극적일 수 있다. 교원그룹은 학습지 ’구몬‘의 스핀오프, ’구몬 액티브라이프‘를 출시했으며 론칭 한 달 만에 1만 건 이상의 구독을 달성했다. 나이라는 색안경을 빼고 소비자를 바라보자. 지금 우리 고객은 어떤 욕구를 가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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