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 어처구니없지만 재밌다! 세계최초 건물 액션 미스터리 스릴러
광고계동향 기사입력 2025.02.17 02:17 조회 463
외계인? 어처구니없지만 재밌다!
세계최초 건물 액션 미스터리 스릴러
HD현대 ‘더 큐브’ 광고 캠페인



 글 강누리 AE | HSAD


2024년 국내 시총 5위 대기업 그룹, 트럼프 2.0 시대 유망할 것으로 기대되는 한국 기업, 부가가치가 높은 친환경 사업으로의 전환 및 사업 다각화 성공. 모두 ‘HD현대 그룹’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HD현대는 특히 최근들어 여러 미디어의 관심을 많이 받고 있는 기업인데도, 생각보다 HD현대가 어떤 회사인지 정확하게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습니다.

‘현대’라는 단어가 너무 많은 회사 이름에 쓰이고 있어 구분이 다소 어렵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HD현대가 영위하는 사업이 일반 사람들이 직접 구매하는 제품이 아니라 기업 활동에 필요한 전문적인 제품이라 생소하게 느끼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현대중공업’에서 ‘HD현대’ 사명 변경, 미래기술기업 의지 담아내
HD현대그룹은 1972년 세워진 ‘현대중공업’에서 시작됐습니다. 현대중공업은 바다를 건너갈 수 있는 큰 배를 만드는 회사였는데, 수십 톤에 달하는 컨테이너를 옮기는 대형 선박을 만들기 위해서는 큰돈과 높은 수준의 기술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이러한 선박 건조는 당시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을 고려했을 때 엄청난 도전이었으나 이를 크게 성공시켰고, 현대중공업은 70~80년대 한국의 수출 주도 경제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한 기업으로 평가받습니다.





약 50년이 지난 지금은 선박과 대형 엔진 부문에서 세계 1위 기업(현재 사명은 ‘HD현대중공업’)이 됐으며, 암모니아, 수소, 배터리 등으로 움직이는 친환경 선박 개발로 전 세계 조선 산업을 이끌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재선에 성공한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선박 건조와 군함 정비 분야에서 협력을 요청해 국제 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기도 합니다.

조선 사업을 통해 축적한 기술을 바탕으로 HD현대그룹은 건설 기계와 에너지 등 다른 분야에서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건설 현장에서 사용되는 기계를 만드는 ‘HD현대인프라코어’와 ‘HD현대건설기계’, 두개 회사는 세계 10위권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시대의 흐름에 발맞춘 수소, 전기 제품 개발은 물론 로봇과 드론, AI를 접목한 건설 기술을 개발해 전자제품 회사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CES(Consumer Electronic Show)’에 2022년부터 참가하고 있습니다.

2024년 CES에서는 가수 지드래곤이 HD현대 부스를 방문, 건설 현장 VR 기구를 체험해 이슈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계열사 중 전력 인프라 관련 기기를 만드는 ‘HD현대일렉트릭’이라는 회사는 AI붐과 데이터센터에 사용되는 전력 기기 수요 증가로 미국에서 엄청난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이처럼 HD현대는 다양한 시도와 혁신적인 기술 개발로 업계의 선두에 서 세계를 이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실체와 HD현대에 대한 일반 사람들의 인식에는 큰 간극이 존재했습니다. 선박과 건설로 대표되는 HD현대는 산업의 역사가 깊어진 만큼 ‘올드하고 딱딱하다’는 이미지로 생각되는 경향이 많았고, 그룹 전반적으로 공개 채용 시 인재들의 입사 지원율도 낮아지는 추세를 보였다고 하니까요. 세상의 흐름이 제조업에서 IT 중심으로 바뀌면서, 취업준비생과 MZ세대 직장인이 가고 싶어하는 회사 리스트에 일명 ‘네카라쿠배’라 불리는 IT 기업들이 상위에 오르는 시대가 된 탓도 있을 것입니다. 2022년 ‘현대중공업’에서 ‘HD현대’로 그룹의 이름과 CI(Corporate Identity)를 바꾼 것 또한 이러한 배경에서, 앞으로는 단순 제조업체가 아닌 미래지향적인 기술기업으로 인식되기 위한 노력의 하나였습니다.





“밤이 되면 회사 건물이 움직인다”, 사옥을 스토리텔링 소재로

광고 제작 회사로서 우리의 고민은 HD현대의 이런 새로운 모습을 ‘무엇을 활용해서 보여줄 것인가’였습니다. 광고의 덕목인 ‘쉽고 재미있게’는 브랜드와 제품을 불문하고 어려운 작업이지만, 기업 PR 광고를 만들 때 특히나 뼈 속 깊이 느껴집니다. 산업 관계자가 아니어도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평소 이 분야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한 번은 주목할 수 있게. 정확하게 이해할 수 없더라도 특정 측면에서 각인될 수 있도록. 광고가 달성해 주길 바라는 목표만 마음에 품은 채, 기획 단계에서 골머리를 앓았습니다.

그러다 번뜩 애플의 본사 ‘애플파크’가 떠올랐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애플파크는 거대한 원 모양의 통유리 건물로, 외관이 마치 할리우드 SF 영화에 등장하는 우주선 같아 많은 관심을 받았는데요. 더욱 흥미로운 것은 그 원형의 디자인이 애플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가 중시했던 ‘단순함과 미니멀리즘’ 철학이 반영된 결과물이라는 것이었습니다.

HD현대 또한 사명 변경 시기쯤 오랜 기간 준비해왔던 R&D 센터를 완공하고, 17개 계열사의 연구 인력들을 한 곳으로 집중시키며 ‘미래기술이 가장 중요하다’는 철학을 표명했습니다. 우리는 애플파크를 통해 애플의 가치관이 더 분명하게 드러났듯이, 미래기술기업을 향한 HD현대의 의지가 새로운 R&D센터에 담겨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IT 기업이 밀집한 판교에 위치한 R&D센터의 정식 이름은 ‘HD현대 글로벌 R&D 센터(이하 GRC)’입니다. 사방 90m에 달하는 거대한 정육면체의 외관에 철골 구조를 노출시켜 ‘선박과 중공업’이라는 그룹의 정체성을 표현했습니다. 건물 내부는 직원들이 오가며 자연스럽게 가운데에서 마주칠 수 있는 중정 구조에 중간중간 층층이 ‘커뮤니케이션 데크’라는 라운지 공간이 배치되는 형태로 설계됐습니다.

정체성의 기반 위에 전에 없던 새로운 기술을 창조해 내기 위해서는 활발한 소통과 적극적인 협업이 필수적이며, 사옥은 단순히 직원들이 각자 맡은 일을 하는 곳이 아니라, 서로 다른 지식과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만나 함께 일하고 시너지를 내는 공간이라는 HD현대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미래 기술기업이라는 비전. 그리고 이를 현실로 만들어 가는 데에 핵심이 될 사옥. ‘GRC’는 2023년 ‘미핌(MIPIM) 아시아 어워드’ 등 여러 글로벌 건축 관련 상을 받고, 일본의 건축 잡지에 커버될 정도로 멋진 건축물입니다.

하지만 브랜드를 ‘충실히 보여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콘텐츠의 시대, 이번 캠페인으로 소비자들이 HD현대에 대해 호기심을 느끼고 자발적으로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언가 더 필요했습니다. 우리가 고안한 답은 ‘스토리텔링’. 즉 건물에 서사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아이디어를 구체화해 나갔습니다.

여러 번의 수정과 협의 끝에 완성된 스토리는 빅테크 기업들이 새로운 상품이나 기술을 내놓을 때마다 사람들이 하던 ‘△△ 회사는 지하에 외계인들을 가둬 놓고 고문해서 기술을 얻어낸다’는 우스갯소리를 모티브로 삼은 것이었습니다. 3분 남짓 되는 캠페인의 메인 영상은 ‘밤이 되면 회사 건물이 움직인다’는 이상한 소문을 들은 HD현대의 한 직원이 소문의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 한밤중 회사에 잠입한다는 설정으로 시작됩니다. 일반적인 기업 사옥에선 찾아보기 힘든 최첨단 설비들과 스마트 오피스 환경을 의심의 눈초리로 두루 살피다 별안간 건물이 회전하기 시작하고, 중정의 거대한 창을 통해 출근하는 외계인 직원들과 맞닥뜨리면서 영상은 끝납니다.





외계인 등장, 시네마틱한 연출로 몰입도, 호기심 업(UP)

‘스토리텔링’이 캠페인 전체의 컨셉이었다면, 크리에이티브 컨셉은 ‘시네마틱’이었습니다. 보는 이로 하여금 이야기에 푹 빠져드는, 마치 극장 개봉 영화 혹은 넷플릭스 시리즈처럼 몰입도 있는 영상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이야기의 결말이 궁금하도록, 콘텐츠 제목을 검색하도록 호기심을 일으키고자 했습니다. ‘영화적 연출’이라는 컨셉을 극대화하기 위해 제작 과정의 모든 요소를 영화 수준으로 끌어올렸습니다. 전개 방식이나 연출, 3D 효과는 물론, 2.35:1의 비율로 촬영되는 카메라를 사용했으며, 조명이나 색 보정, 의상, 타이틀 디자인까지 세심하게 신경 썼습니다.






배우 남지현을 메인 모델로 기용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습니다. 극을 끌어가는 힘이 있도록 연기력이 탄탄하되, 대기업 직원이라는 설정을 해치지 않는 반듯한 이미지의 셀럽이 적합하다 판단했습니다. 남지현 배우는 최근 인기리 종영된 드라마에서 법률 회사 소속 커리어 우먼 역할을 소화했으며, 남초 회사 이미지를 쇄신하고 싶었던 클라이언트의 니즈에도 부합해, 임직원을 포함한 여러 관계자들에게 “모델 캐스팅이 찰떡이다”라는 평을 많이 받았습니다.

메인 영상은 유튜브 공개 3주 만에 조회수 1700만 회, 댓글 2500개를 돌파하며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습니다. ‘시네마틱’이라는 크리에이티브 컨셉은 매체 운영에도 적극 활용했습니다. CGV와 협업, 영화 시작 직전에 상영되는 에티켓 광고를 캠페인 영상과 동일한 톤과 무드로 제작했고, 일반 극장광고와 함께 집행하고 있습니다.

일반 극장광고는 메인 영상을 완전히 재구성, 30초짜리 예고편 형태로 만들어 개봉 예정인 영화의 예고편과 같이 보이도록 했습니다. 더 이상 영화관을 방문하지 않는 OTT 시청자들까지 공략하기 위해 넷플릭스 콘텐츠 스트리밍 전과 중간에 노출되는 광고 상품도 집행 중입니다. 쇼츠 중심인 최근 2039의 미디어 소비 행태도 반영해 단순히 짧은 초수의 배리에이션 영상이 아니라, 캠페인의 의도를 잘 살린 별도의 시놉 아이디어로 제작했습니다.






2039 젊은층 미디어 소비행태 반영 매체 집행

저는 4년째 ‘HD현대’의 디지털 광고를 담당하고 있는 90년대 생입니다. 전국을 강타했던 TV 드라마, 히트 프로그램, 화제의 광고 등을 보며 자랐지만, 커서 광고 만드는 사람이 되고 보니 저런 수식어들은 촌스럽게 느껴지는 시대가 되어버렸습니다. 쪼개진 매체 환경 속 소소해진(?) 영상 광고의 힘이 씁쓸해질 때도 있지만, HD현대와 같은 브랜드를 담당하며 광고 일에 대한 다른 매력을 발견해가고 있습니다. 예전과 달리, ‘브랜드의 독특한 무드가 전해지는 것’, 혹은 ‘브랜드의 고유한 특성이나 가치관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HD현대는 지난 3년 간 4번의 광고 캠페인을 진행하며 그룹의 핵심 사업들과 비전을 알리고 있는데, ‘현대중공업’ 창업 시절부터 이어진 실행력과 끈기의 문화를 특유의 위트를 담은 재미있는 콘텐츠로 계속 표현하고 있습니다. 브랜드가 알리고 싶은 정보(information)를 널리 퍼트리는 것은 여전히 중요한 일이지만, 이제 정보 전달만으로는 광고를 보는 이들의 마음이 잘 움직이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대신 ‘브랜드에 대한 강한 인상(impression)’을 남기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HD현대가 가진 어떤 부분을 어떤 방식으로 표현해야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할지 고민하고, 그 고민에 대해 클라이언트, 동료들과 함께 의견을 나누며 합의해 가는 과정은 때로는 힘겹고 지난하면서도 어디서도 경험해 볼 수 없는 가치 있는 일이었습니다. 대중에게 새롭게 말을 걸기 시작한 HD현대그룹이 고유함을 살린 소통을 지속해 ‘세계를 선도하는 미래 기술 기업’으로 인식되고, 더 많은 인재들의 관심을 받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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