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오래된 연인' 편
기사입력 2008.08.19 12:00 조회 4497







 성공한 삶이 행복한 것이 아니라, 행복한 삶이 성공한 것이다
                                                                                                                                                   

양말 때문에 싸운다. 교통사고 사망율과 더불어 우리나라 불명예 순위 1위인 이혼율 증가의 커다란 원인 중 하나는 뒤집힌 양말이다. 사실이다. ’방 한가운데 놓인 남편의 뒤집어진 양말을 보는 순간 난생처음 살의를 느꼈다’는 얘기를 들은 적도 있다. 올려진 변기커버도 한 몫을 한다. 나 역시 새벽에 울려 퍼진 아내의 비명 소리에 꽃병을 들고 일어선 적이 있었다. 원인은 침입자가 아닌 내가 올려 놓은 변기커버 때문이었다. 신새벽 돌연 변기에 빠졌던 아내의 불타던 눈동자를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이 상투적인 갈등요소들이 어째서 그처럼 커다란 분쟁을 일으키는 것일까? 나아가 이혼과 같은 최악의 결과를 가져 오는 것일까? 만일 맨발로 다닐 경우 이혼율은 줄어들게 되는 것일까? 변기커버가 없는 재래식 화장실로 개조하면 문제가 사라질 것인가? 천만에 가운데를 쥐어짠 치약이 다시 순위로 올라올 것이며, 입을 대고 먹는 생수병이 그 뒤를 잇게 될 것이다. 왜일까?


이런 사소한 갈등이 분쟁으로 치닫는 이유는 동일한 일들이 평생 반복될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한 번 정도야 ’이런 털털한 남성, 하는 행동마다 수컷이라니까’ 넘어 갈 수 있겠지만 이것이 평생 반복된다고 생각한다면 얘기는 끔찍해진다. 이를테면 ’머리는 이발 하려고 달고 다니는 것인가?’ 라는 의문이 들게 되고 온 방안이 벗어 놓은 양말로 가득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이윽고 뒤집힌 양말과 더불어 백년의 서약도 뒤집히게 된다. 사발면이 등장한 이후로 그 시간은 점점 더 짧아지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결혼 초기의 싸움은 생장배경이 다른 두 인격체의 자연스러운 적응과정이다. 이는 불가피함을 넘어 반드시 필요한 과정으로, 이때 형성된 항체를 가지고 여생의 갈등들을 극복해 나간다. 다시 말해 필요하다면 반드시 싸워야 한다. 문제는 그 방법이다. 워싱턴대학의 심리학자 존 고트먼 교수가 재미있는 실험을 했다.


교수는 두 개의 사무용 의자에 부부를 앉히고 손가락과 귀에 전극과 센서를 부착했다. 그리고 어떤 주제라도 좋으니 결혼 후 다툼거리가 되었던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놀라운 것은 녹화한 15분 동안의 대화내용으로 이 부부의 결혼생활이 15년 이상 지속될지 아닐지를 90%의 정확도로 판단해낸다는 것이었다. 나중엔 그 시간이 3분으로 줄었다. 비결이 뭘까?


’경멸’의 징후들을 발견해내는 것이었다. 이것이 부부의 대화도중 양쪽에서 빈번하게 일어날 때 결혼은 끝장을 향해 치닫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사소한 부부싸움을 핵전쟁으로 유도할 수 있는 좋은 기폭제는 바로 상대방의 유전적 요소를 비아냥거리는 방법이다. " 당신 집안 사람들은 어떻게 다 똑같아?" 누군가 이 얘기를 꺼냈다면 그 배우자는 더이상 이성을 지닌 지성인이 아니다.


정확히 반대의 케이스를 TV에서 본 적이 있다. 한 프로그램에서 부부의 양해를 얻어 고트먼교수와 동일한 실험을 했다. 30년 이상 결혼 생활을 지속한 한 부부가 나와서 싸웠다. 개밥은 챙겨 주면서 자기 끼니는 모른 척 할 수 있느냐는 아저씨의 푸념이었다. 언성도 높고 서로 화가 많이 나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것은 싸움의 전개과정이었다. 부부는 마치 소리를 높여 문제를 풀어 가는 듯 했다. 남편의 투정엔 해법이 들어 있었고, 부인의 응수엔 사과가 들어 있었다. 두 분의 표정 어디에서도 경멸을 찾아 볼 수는 없었다.


이번 CM에서 보여 주고자 했던 아름다운 부부의 모습이 바로 그것이었다. 이 분들에게 배우자의 실수는 비난이 아니라 배려의 대상이 된다. 뒤집힌 양말은 ’야구 좀 보자’는 가로채기로부터 채널권을 지켜 내는 방어 수단 정도이다. 다름을 다름으로 인정하고  부족함을 너그러움으로 채워주면 살아 온 세월이 삶의 수고스러움을 번번이 이겨 낼 마르지 않는 피로회복제가 된 것이다. 


네 잎 클로버의 꽃말은 ’행운’이고 세 잎 클로버의 꽃말은 ’행복’이다. 행운만 찾다가는 평범한 행복을 짓밟으며 살게 된다는 것이 그교훈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모두는 똑같은 행복의 조건을 지니고 있다. 다만 그 행복을 수 많은 뒤집힌 양말들로부터 어떻게 지켜 낼 것인가 하는 것이 관건이다. 행복하게 지혜롭게 싸우자. 부족함은 넉넉함으로 어려움은 지혜로 채우며 살자. 성공한 삶이 행복한 것이 아니라 행복한 삶이 성공한 것이다. 오래된 두 연인이 그 사실을 증명하고 계시다.

 (글:TBWA 코리아 박승욱CD  /편집 및 정리: 광고정보센터 임금희)

부부 ·  황혼 ·  노부부 ·  집안 ·  거실 ·  할머니 ·  할아버지 ·  냉장고 ·  휴대폰 ·  빨래개는모습 ·  피로회복제 ·  광고 ·  배우자 · 
이 기사에 대한 의견 ( 총 0개 )
팬덤까지 생긴 녹차 광고! 산토리가 보여준 일본 애니메이션 광고의 매력
광고를 덕질하게 된 사연 일본 애니메이션 광고의 성공 포인트가 궁금하다면? 지금 확인해 보세요! 일본은 애니메이션의 본고장답게, 광고마저도 하나의 애니메이션 작품처럼 소비자를 매료시키는 사례가 꽤 많습니다. 최근 일본의 음료 브랜드 ‘산토리(Suntory)’의 ‘이에몬’ 녹차 광고는 일본뿐만 아니라 국내 X에서도 큰 화제를 모으며, 일본 애니메이션 광고의 강점을 여실히 보여줬는데요. 오늘은 이에몬
2024년 광고 시장 결산 및 2025년 전망_2
 AI와 디지털이 주도하는 광고 시장 AI의 진화와 함께 KOBACO 집계기준 약 8% 성장한 디지털 광고 시장은 60%대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며 전체 광고 시장의 대표 주자임을 확실히 각인시킨 해였다(그림 1). 경기 침체 속에서 AI 기술의 도입으로 타겟팅 및 효율성이 우수해진 디지털 미디어로 광고 수요가 전환되는 추세가 더욱 가속화되며 디지털 광고 시장이 전체 시장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검색 광고 시장은 AI 기술
2024년 광고 시장 결산 및 2025년 전망_1
글 김수영 프로 | 제일기획 미디어퍼포먼스 1팀 2024년은 제자리 걸음이었던 광고 시장이 한 발자국을 내디디며 앞으로 나아가는 해였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KOBACO)에 따르면 2023년 0.1% 증가로 사실상 답보 상태를 보였던 국내 광고 시장 총 광고비 매출액은 2024년 전년 대비 2.8% 성장한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내·외부 경제 불확실성과 소비자 행동 변화로 방송 광고비는 -10.8% 감소로 부진했지만
[Media Insight] 디지털 소비자의 시대, 무엇이 중요한가?-세대별 디지털 소비자의 미디어 이용 행태와 소비 행태
얼마 전 뉴스1)를 통해 흥미로운 기사 하나를 접했다. 모 카드사의 트렌드연구소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 지난해 이용객이 가장 많았던 5개 지하철역 (잠실, 강남, 사당, 홍대입구, 고속터미널) 반경 1km 내에 있는 상점들의 2014년과 2016년 신용카드 사용액을 분석한 결과 – 신용카드 매출 감소 1등은 ‘유흥업’이었다. 지하철역 주변에서는 자가용을 이용하지 않는 20, 30대들이 카드를 사용하기 때문에 젊은
[Best Creative] 쇼핑이 락 페스티벌이 된다!
  쇼핑이 락 페스티벌이 된다! ‘G마켓: G락페 천년동안 금지된 광고’편 취재·글 장 웅 | 사진·팡고TV촬영 유희래 광고회사 차이커뮤니케이션 기획 이연호 상무, 백지현 팀장, 노유정 과장, 오유라 사원 제작 박종훈 CD, 정규태 AD, 손수진 AD, 안시윤 CW 제작사 히어로 크리에이티브, 얼리하이 광고주 G마켓 이커머스 G마켓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