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오 | 이상오아트 대표 Isoart@naver.com
안상헌 | The SOUTH 제작그룹 CD sanghun.ahn@cheil.com
안상헌 | The SOUTH 제작그룹 CD sanghun.ahn@cheil.com
여기 사랑하는 그녀에게 다이아몬드를 선사하기 위해 두 달치 월급을 고스란히 바치려는 남자가 있다. 정말 그녀를 사랑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냥 순진한 이 남자, 멋진 광고 카피에 속아 버린 것일까? 하나 분명한 건, 다이아몬드가 든 상자를 열며 환하게 미소짓는 여자의 얼굴과 함께 그녀의 눈에는 이 남자가 세상 누구보다 멋져 보일 것이라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남자들이 몇 달 치 월급을 털어 다이아몬드를 고른다. 그리고 많은 여자들이 다이아몬드의 영원함을 종교처럼 믿는다. 아담과 이브 이래 가장 매력적이고 가장 위력적인 보석, 다이아몬드. 이번 달은다이아몬드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드비어스(De beers)의 광고 이야기다.
드비어스라는 이름은 다이아몬드 광산이 발견된 땅의 주인 이름에서 유래되었다. 19세기 후반, 드비어스 형제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어느 농장을 단돈 50파운드에 샀는데 1871년 농장에서 다이아몬드가 발견되었고 이후 형제는 이 광산을 무려 샀던 가격에 126배인 6300파운드에 팔았다.
매각계약서에는 이런 단서가 붙어 있었다. ‘이 광산의 명칭을 영원히 드비어스로 불러줄 것!’그 이후 드비어스는 엄청난 성장을 기록하며 현재 다이아몬드의 절대 권력으로 불리고 있다. 그리고 영원히 광산의 명칭을 드비어스로 불러 달라는 형제의 바람처럼‘다이아몬드는 영원히 (A Diamond is Forever)’라는 드비어스의 슬로건은 다이
아몬드의 가치와 드비어스를 상징하는 대명사가 되었다.
드비어스는 이 멋진 슬로건을 가지고 인터넷 사이트를 오픈했는데 바로 adiamondisforever.com이다. 이 사이트에서는 다이아몬드에 관한 지식과 정보를 찾을 뿐만 아니라 드비어스의 신제품 컬렉션을 감상할 수 있는데 이미쥬얼리 마니아 층에서는 바이블과 같은 사이트가 되었다 (광고 1).
영원한 사랑의 금언
다이아몬드(Diamond)는 그리스어 아마다스(Adamas)에서 유래되었는데 이것은‘정복할 수 없다’라는 의미와 ‘영원한 사랑’을 동시에 뜻한다. 그래서 고대 그리스인들은 다이아몬드를 사랑의‘영원한 불꽃’이라고 생각했었다.
유럽에서는 15세기까지 오직 왕들만이 힘과 용기 그리고 천하무적임을 상징하려는 의미로 다이아몬드를 착용했는데 이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영원한 사랑의 상징이 된 것이다. 드비어스는 다이아몬드의 이러한 상징성을 광고적으로 잘 표현해주고 있다. <광고 2>에서 보는 것처럼 이 광고캠페인에서는 드비어스라는 이름을 찾아 볼 수 없다. 카피 몇 줄과 슬로건 그리고 제품뿐인 광고. 그러나‘다이아몬드는 영원히’라는 슬로건만 보더라도 누구나 드비어스의 광고임을 알아챌 수 있다. 도도한 자신감의 표현이랄까? 물론 이러한 자신감은 오랜 세월동안 일관되고 지속적인 광고 캠페인을 해 온 덕분일 것이다.
<광고 3, 4>를 보면 드비어스의 이러한 자신감은 아트적으로도 고집스럽게 표현되어 있다. 일체의 장식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심플한 라인과 클래식한 타이포로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높여 주고 메시지가 한 눈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특히 굵기가 다른 두 선으로 구성된 외곽라인은 클래식한 느낌을 더해준다면 타이포의 크기 변화를 통해 모던한 디자인을 클래식하게 소화해내고 있다.
또한 전체적인 블랙컬러는 마치 다이아몬드 반지가 고급스러운 케이스 안 비로드 천 위에 단정하게 디스플레이 된 것과 같은 효과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물론 케이스를 열었을 때 적혀 있는 메시지가 함께 빛난다.
<광고 5 ~ 10>과 같이 이 광고 캠페인은 위트있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솔직히 지난 결혼 기념일 때 무엇을 선물했는지 가물가물한 남자가 어디 한 둘일까? 그리고 그녀와의 평화라는 건 돈을 투자한 만큼 길어진다는 걸 모르는 남자가 있을까? 그리고 장미 꽃다발은 어디까지나 어린 시절의 추억이나 TV 속 부부화해 프로그램에 등장할 법한 빤한 방법이란 건 웬만한 남자들은 다 알고 있으니 말이다.
드비어스는 국적과 문화를 초월해 남자들의 이러한 체험적 지식을 위트있는 카피로 귀띔해주고 있다. 바로 영원한 금언이라고나 할까? 몇천 년 전에는 십계명이 새겨진 돌판이 있었다면 드비어스의 이 광고들은 21세기 남자들을 위한 현대판 금언석일지도 모른다.‘ 그녀를사랑한다면 주말마다 골프 치러 갈지 말지어다!’
역사를 판다
<광고 11, 12>를 보면 이 바쁜 일상 속에서 자칫 잊어버리기 쉬운‘그녀의 의미’를 넌지시 일깨워 주고 있다. 세상의 단 한 명, 나를 사랑해주는 그녀의 의미를 위트있는 비유를 통해 말해주고 있다.
<광고 15 ~ 20>에서는 각종 기념일마다 벌어질 만한 기대효과에 대해 말해주고 있다. 말 한마디 없이 모든 걸 말
해줄 수 있는 방법, 그녀가 친구들에게 다이아몬드를 자랑하는 흐뭇한 상상 등을 때론 이런 좋은 날에 자칫 함량미달의 선물은 그녀를 까칠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경고와 함께 재치있게 풀어내고 있다. 이러한 재치있는 표현들은 아주 오래된 브랜드를 방금 만난 친구처럼 친근하고 또 오늘 신문에서 본 헤드라인처럼 현대적으로 만들어 주고 있다.
술과 다이아몬드 광고의 미덕은 제품의 속성을 파는 게 아니라 이들이 가지고 있는 그리고 이들 제품에 대해 사람들이 가지고 있다고 믿고 있는‘역사’를 파는 것이라고 한다. 위스키의 경우, 12년산과 17년산 그리고 30년산의 차이는 단순히 저장시간의 차이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 시간에는 역사라는 의미가 붙어 있는데 우리는 기꺼이 그 역사에 비싼 돈을 지불한다.
다이아몬드의 경우는 사람들이 다이아몬드에 대해 기대하는 역사를 판다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이 강한 내성과 영롱한 빛깔이 특징인 이 탄소덩어리에 대해 기대하는 건 과거가 아니라 미래의 역사다. 앞으로 영원히 남을 것이라는 기대, 이 다이아몬드와 함께 나의 사랑도 영원히 남을 것이라는 기대가 다이아몬드를 값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광고 21>을 보면 이러한 미래의 역사에 대한 기대가 조곤조곤 적혀 있다. 이 다이아몬드가 빛나는 한 그녀의 사랑은 계속될 것이다. 기념일인 오늘뿐만 아니라 당분간 아니 다음 기념일까지… 아니 평생 그리고 영원히.
클래식 VS 올드
드비어스의 이 광고캠페인은 나이 많은 브랜드가 만든 한마디로 굉장히 클래식한 광고들이다. 블랙컬러와 몇 줄의 카피와 라인이 전부인 광고다. 어떻게 보면 올드한 포맷의 광고일지도 모른다. 이 광고들은 클래식과 올드, 어느쪽일까? 우리는 일상 속에서 곧잘 클래식과 올드의 차이를 잊어버리곤 한다.
“이거 너무 올드하지 않아?”여기서 올드란 우선 보수적이거나 현대적인 취향에 맞지 않는 광고물에 대한 표현이겠지만 따지고 보면 이런 평가 속에서도 옥석을 고르듯 진정한 클래식의 가치를 골라내야 하지 않을까? 단순히 시대의 트렌드를 따라가기 바쁜 광고는 시간 앞에서 자칫 올드해지기 쉽다. 그러나 자신만의 가치를 잘 지켜 가면서 시대의 변화를 잘 소화해내는 게 클래식의 가치다.
클래식과 올드의 차이는 바로 철학에 있다. 그 브랜드가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있는지 그 철학은 또 어떻게 아트와 카피로 표현되고 시대에 맞게 변화해야 하는가에 대한 깊은 생각이 그 브랜드와 광고의 수명을 연장하는 키가 될 것이다.
내가 오늘 만든 광고는 내일이면 과거가 되고 내년이면 올드하다는 평가를 받는 것이 우리의 현실, 드비어스의 광고들을 보면서 광고라는 땅을 깊이 파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다이아몬드 같이 어떤 충격에도 흠집 하나 안 나고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그 빛을 바래지 않는 그런 크리에이티브를 발굴하고 싶다. Creative is Forev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