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 쿠션' 좋아하세요?
광고계동향 기사입력 2009.11.23 09:47 조회 4628
나는 내 당구 수를 모른다. ‘4구’를 안치니까. 대학에 입학하고서 처음 몇 달 배우긴 했지만 그 이후 아주 오랫동안 나는 늘‘30’이었다. 자주 경기를 가질 일은 없지만 가끔 회사 동료들과 어울릴 때면 왠지 미안한 마음이 앞서곤 했다. 상대가 하수인 나와의 경기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그냥‘스리 쿠션’을 치자고 하는 것이다. 물론 단순 계산으로 나는 하나를 치면 두 개로 인정받는다. 그래도 상대들이 전투욕을 불사르며 덤빈다.
글 | 양웅 한컴 ECD

광고를 둘러싼 되도 않은 많은 덕담 중에 내가제일싫어하는말이있다.‘ 광고는 초등학교 5학년이 봐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쉬워야 한다’는 말. 당구 수‘30’과의 경기는 시시해하면서 말이다. 물론 쉬워야 한다는 말에는 나름 논리가 있다. 우리가 광고로 먹고 사는 핵심 논리인‘광고효과의 측정’이다. 이해는 호감과 선호를 만들고 이는 구매의향과 실질적인 구매행동으로 이어진다는 광고효과의 계층적 모델은 광고가 존재하는 이유가 된 지 오래다.

이해는 해도 용서는 못해

태도를 형성하는 주요 요인이 인지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많은 연인을 떠나 보내며 썼던‘이해는 해도 용서는 못해’라는 말은 꼭 이 두 가지가 인과관계를 가지며 선행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음을 가르쳐 준다. 우리 광고는 너무 쉬워서 재미가 없을 때가 많다. 나름 퍼즐의 고수로 500조각 이상을 즐기는 사람에게 20~30십 개짜리는 흥미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물론 20~30십 개를 즐기는 아이들에게 너무 많은 수의 퍼즐 역시 흥미의 대상이 될 수 없다. 



‘하나, 둘, 셋.’그래서 나는 마음 속에서 ‘셋’을 세게 하는 광고가 좋다. 아주 쉽지도 않고 그렇다고 열을 세도록 뭔 이야기인지 몰라서도 안 되는. 자신의 능력 보다는 한 단계 정도 높은 퍼즐이 흥미를 느끼게 하는 것이다. 당구도 한 수 위 정도의 상대가 승부욕도 자극하고 이겼을 경우 성취욕도 커지게 된다. 소비자의 인지적 욕구를 개입시키자. 적당한 인지적 욕구는 흥미를 유발시키기에 좋은 촉매가 되리니.

오바마의 대리외교

북핵 문제에 있어 오바마는 중국을 이용한다. 이란 문제에는 러시아를 이용하고. 그의 이런 외교 스타일을 흔히들‘대리외교’라고 부른다. 크리에이티브에도‘대리외교’가 있다. 일종의 환유(換喩) 라고 하겠다. 수사법(修辭法)에서 은유(隱喩)와 자주 비교되는 비유법(比喩法)인 환유는 은유가 속성상 유사한 것을 보조관념으로 사용하는 반면 인접한 다른 것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구별된다.

우리의 상상력은 대부분 은유에 머물러 있다. 빠르면 들판에 치타를 뛰게 하고, 잠재력을 이야기하려면 늘 빙산의 일각을 그린다. 반면 환유는 좀 더 본격적으로 머리를 써야 한다. 프리미엄 맥주를 이야기하기 위해 쓰레기통에 버려진 캐비어를 보여주는 식이다. 무슨 소리냐고? 좋은 맥주를 위해 냉장고를 비워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그 비싼 캐비어도 버릴 수 있다는 이야기. 이쯤에서 흥미를 이미 잃었다면 당신은 그냥 은유에 머무시길.



북 치는 버니의 죽음 이후

에너자이저 건전지의 캐릭터인 북 치는 토끼‘버니(Bunny)’는 건전지의 대표적인 용도인 장난감을 통일된 이미지로 형상화한 좋은 예라고 하겠다. 지겹도록 쳐대는 그의 행동을 통해 오래가는 건전지의 속성을 아주 잘 담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생각할 수 있는 일차적인 크리에이티브의 수위는 역시 아이들 장난감의 등장이다.

‘아이들 장난감이 절대 멈추는 일이 없도록 해주세요.’이 카피를 받아 든 크리에이터는 어떤 그림을 상상할까? 아니 당신이라면 어떤 그림을 그리겠는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DDB에서 만든에너자이저광고는‘스리쿠션’을쳤다.‘ 건전지→장난감’에멈춰서지않고‘건전지→장난감 → 다른 장난’으로 상상력을 넓힌 것이다.

하얗고 귀여운 강아지에게 페인트칠 하기. 놀이터 회전판에 친구를 칭칭 테이프로 감아 버리기. 건물 옥상에 올라 지나가는 사람 머리에 침 뱉기. 바지 까고 여자친구에게 물건 보여주기. 아이들의 이런 몹쓸 장난은 다 가지고 놀 장난감이 없을 때 생긴다는 이야기다. 그러니까 장난감 건전지를 잘 챙기라고, 에너자이저로 오래오래 가지고 놀게 하라고 말한다. 오늘의‘스리 쿠션’경기는 어떠셨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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