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와 올리브 나무
CHEIL WORLDWIDE 기사입력 2009.12.15 04:53 조회 2936
최인아 | 제작본부장 전무 namoo.choi@cheil.com

 

요 몇 년 사이에 올해 가을이 가장 긴 것 같네요. 덥지 않으면 추운 날들로 수렴되는 것 같아서 아쉬웠는데 올해는 8월 말부터 가을 냄새가 나더니 지금까지 가을 날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선선하지만 춥지는 않고 햇살은 좋은…. 이 가을을 여러분은 어찌 보내고 계시는지요.

출간된 지 10년쯤 된 책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를 저는 얼마 전에야 읽었는데요, 첫 장을 읽는 순간‘아, 다음 달 사보엔이 책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책의 주제인 세계화와는 전혀 상관 없는 이유로 말이죠. 광고 만들기의 절반 이상은 컨셉트 만들기입니다.

새로운 개념을 세상에 던져야 하고 설득해야 하죠. 한데 그게 쉽지가 않습니다. 더구나 15초라는 짧은 시간으로는요. 한데, 새로운 개념을 세상에 알리고 설득하는 유용한 방법을 저는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에서 얻었습니다. 세계화를 말하고 설명하는 저자 토마스 프리드먼의 방식으로부터요.

여러분이라면 ‘세계화’라는 개념을 어떻게 설명하시겠어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나타난 이 현상을요. 만약,‘ 세계화란 이런 겁니다’라는 식으로 설명하려 했다간 낭패를 보기 쉽습니다.

설명이 어려워지죠. 이럴 때 아주 수월한 방법이 있습니다. 세계화란 이런저런 거라고 개념 설명을 하는 대신,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것과 비교하는 겁니다. 즉 Before와 After의 비교인데, 사람들이 이미 아는 것과 견주어서 이런저런 점에서 다르다고 말하는 만큼 개념 전달이 쉽습니다.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의 첫째 가는 미덕이 저한테는 바로 이 점이었습니다. 세계화의 성격을 명확하게 드러냈다는 그 자체보다, 그 낯설고도 복잡한 개념을 명확하게 드러낸 ‘방식’말이죠. 즉, 세상은 이 책이 세계화에 대한 훌륭한 통찰을 제시했다고 열광했지만, 저는 새로운 개념을 전달하는 방식이 매우 쉽고 효율적이었다는 점에서 이 책이 참 뛰어나다고 느꼈습니다.

프리드먼은 어디서부터 설명을 시작해야 할지 아득한 세계화의 개념을, 세계화가 시작되기 전 세상, 즉‘냉전 시대’와 비교합니다. 물론, 세계화라는 경제적인 현상을, 냉전이라는 정치 현상의 다음 세상으로 본 것부터가 저자의 뛰어난 통찰이긴 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우리는 카테고리의 벽에 갇히곤 하지 않나요? 경제 현상은 경제 현상 카테고리로만 생각하는…. 그런데 프리드먼은 그 틀을 뛰어 넘어 세계화라는 경제 현상을 냉전이라는 정치 현상 다음의 것으로 연결시켜서 바라본 겁니다. 그리곤 우리 모두가 경험해서 잘 아는 냉전 시대와의 차이로써 세계화를 규명하고 설득합니다. 그러니 그의 이야기는 매우 설득력이 있죠.

그가 이런 효율적이고 훌륭한 설득방법을 갖기까지 그는 다른 기자들과는 다른 여정을 거쳤는데요,‘ 통섭’이 말해지는 요즈음, 귀 기울여들을 만합니다. 원래 토마스 프리드먼은 베이루트 주재 특파원이었다가 예루살렘 특파원이었습니다. 그 다음엔 <뉴욕 타임즈>의 외교문제 특파원을 지냈고 그 후엔 국무부와 백악관 출입 기자를 했죠. 줄곧 정치부 기자였습니다.

그런데 운명과도 같은 1994년, 외교 정책과 금융 정책을 종합해서 다루는 새 임무를 받습니다. 프리드먼 자신에게나 <뉴욕 타임즈>에게나 경제 정책과 국가 안보 정책을 종합적으로 다루는 시도는 이 때가 처음이었습니다. 일종의 실험이었죠. 그런데 그는 외교와 금융이 교차하는 영역을 맡는 순간, 직감적으로 알았답니다. 이 교차 영역이 앞으로의 시대엔 뉴스의 보고가 될 것임을요.

이미 수많은 금융 분야 기자들이 있었지만 누구 하나 국가 안보는 쳐다 보지 않았고 수많은 외교 전문 기자들도 금융문제에 관해서는 쓰지 않았습니다. 자기 분야가 아니라고 생각한 거죠. 이런 상황에서 기존의 정치와 문화, 국가 안보 차원에 새로이 금융 시장의 차원을 더한 영역을 다루는 것은 세계를 인식하는 데 있어 요술 안경을 쓰는 것과도 같았다고 프리드먼은 술회합니다.

새로운 보직을 맡을 때마다 세상을 보는 새로운 렌즈를 추가하면서 통섭의 시야를 얻은 것인데, 이런 여정을 거쳐 프리드먼은 정치와 금융, 무역을 통합해서 쓸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됩니다. 결국, 한 분야의 전문가에 그치지 않는 통합된 시야가, 프리드먼을 한 사람의 기자, 칼럼니스트로부터 세계적인 사상가 반열에 올려 놓은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개념을 설복하는 효과적인 방식도 분야를 넘나들며 쌓은 지식과 경험이 있어서 가능했던 것이고요. 이런 걸 일러 일본의 저술가 다치바나 다카시는 제너럴 프로페셔널리스트라고 했지요.

내 분야에서 잘 하기도 쉽지 않은데 해야 할 일은 점점 많아지고, 도달해야 할 곳은 점점 높아지지요? 그러나 꼭 그 곳에 도달하지 않으면 어떻습니까. 애쓰는 과정에서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좀 더 나아지고 성장하면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소중한지요….

한동안 인심 좋던 따뜻한 가을 날씨가 본연으로 돌아가 곧 차가워진답니다. 신종 플루 때문에 걱정이 많은데 아프지 마시고 건강하게 가을 나시기 바랍니다.

렉서스와 올리브나무 ·  세계화 ·  프리드먼 ·  토마스프리드먼 ·  경제 ·  외교 ·  금융 ·  뉴욕타임즈 ·  광고컨셉트 ·  냉전시대 ·  설득 ·  백악관 ·  기자 ·  정치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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