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힘 좀 빼 !
CHEIL WORLDWIDE 기사입력 2010.06.04 02:08 조회 1866





                                                      박병국 프로 | The SOUTH 제작그룹


‘수금지화목토천해…’

중심에서 멀리 떨어진 외곽의 쓸쓸한 별, 명왕성이 태양계에서 결국 퇴출되기로 결정된 날, 그 녀석은 눈물 몇 방울을 뿌리면서도 묵묵히 자신의 공전의 길을 밟아 나갔다고 전해진다.

여기 서울에도 광고주 회의실의 외곽을 전전하던, 별처럼 빛나던 ‘시안보드 603호’ 의 불방이 결정되는 날, 눈물을 흘리면서도 603호는 마지막 자신에게 주어진 커피 쟁반으로서의 임무를 묵묵히 수행했다고 전해지는 바이다.

출력비 7만 5000원에, 보드 값 5000원의 600×900 사이즈의 보드는 광고주에게 건네지는 순간 액면가로는 따질 수 없는 귀한 가치를 지니게 된다.

몇십 억을 벌어들이든지 그렇지 못하든 간에 지난 몇 날 며칠의 고민과 결단이 담겨있는 결과물이기에 집행 금액과는 상관없이 관여했던 모든 이에겐 소중하고 책임져야 했던 아이디어다.

애착이 심했던 만큼, 세상에 나오지 못하게 된 아이디어는 더욱 눈에 밟히는 법이다. 나를 떠났지만 나는 보내지 않았던 시안보드 603호! 그토록 보듬고 아낀만큼 책임지고 싶었던‘그 생각’을 아마도 나는 너무 사랑하고 있었나보다.



위의 그림은 우리팀 회의실 앞에 붙어있는 것이다.

얼핏 단과학원의 강의 시간표같지만 국내 최고의 아이디어를 지향하는 우리팀의 업무 분장도 정도라 보면 되겠다.

제각각의 영역에서 최고의 시안 합격율을 자랑하는 특급 크리에이터들의 풋풋한 사진을 보시라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약모’ 처리하였습니다).

지난 봄, 모든 사람들이 그랬고 지금도 그러하겠지만 우리 역시 참 많은 일을 하며 지냈다. ‘우리 일 많이해요~’ 라고 자랑이나 할 셈이냐면서 처음엔 그냥 웃었지만, 각자의 이름 옆에 박혀있는 입사지원 당시 찍은 사진을 볼 때마다 이건 이름뿐 아니라 얼굴까지 걸고 일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단 말이다.

뜨거운 호응 속에 절찬리에 마감된 강의도있고, 아쉽게 폐강된 과목도 있지만, 각각의 영역에서 어느 때보다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던 찌라시 한 장의 위대한 힘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회의실 뒷켠에 앉아 대충 흘려듣던 내용도, 내 ‘과목’ 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의자에 앉는 자세부터 달라지게 마련이다. 이 흐름 상에서 내가 놓쳐선 안 된다는 것을 인지하는 순간, 더 많은 질문과 말이 이어지게 된다.

거의 모든 팀이 그렇겠지만 일이 많아질수록 제한된 시간 내에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업무 분장을 했던 경험은 예전에도 많았다. 그러면서 내가 CD고, 책임자라는 소위 주인의식도 자연스레싹트게 마련이다.

“잘해낼 수 있을까?” 라는 위기감과 “잘 할거야!” 라는 다짐이 반반씩 섞인 동기부여라는 용병술의 힘이다. 끝날 줄 모르던 일들이 조금씩 마무리되며 잠깐의 여유 속에 술잔을 기울일 기회가 엊그제 있었드랬다.

이런 저런 이야기 속에 ‘고생 많았다’ 로 시작하는 폭풍의 4월을 정리하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조성되었다. 별다른 감흥없이 듣고 있는데, 잠시 뜸을 들이시던 ‘대표강사’ 께서 “니들 어깨 힘 좀 풀어라” 라는 말을 던지시며 그 간의 작업에 대한 소회를 풀기시작하셨다. 내용인 즉슨 업무책임제 실시 후 한 걸음 뒤에서 보니, 적극적으로 임하는 만큼 경직된 모습이 보이더라는 것이다.

분명히 함께 회의를 하는데, 그 공간엔 ‘경직된 너’ 와 ‘주어진 일’만  있을 뿐, 비집고 들어갈 공간은 전혀 없더라는 것이다. 결론은 그런 적극적인 자세에 대한 ‘감동먹었다’ 라는 식으로 정리되었지만, 그 순간 경주마처럼 눈 가리고 앞만 보고 있는 나의 모습이 현실처럼 펼쳐지는 느낌이었다.

그 자리에서 비겁하게 도망치지도 말고 내 일이라는 사실도 잊어선 안되지만, 다른 이도 들어와 어울릴 판도 만들어놔야 함을 잊지 말아라.

영역 표시를 위해 울부짖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일을 오래하면 할수록 함께 먼길을 떠나는 무리를 두루 살피는 일도 잊지 말 것을 알려준 술이 확 깨는 술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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